Egloos | Log-in


태그 : 고양이

 서희가 죽었을 거라는 예감이 어제 저녁에 갑자기 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만 5년동안 같은 기간 고양이를 기른 사람 중에서는 퍽 오래 곁에 있어주지 않았나 싶은데 사실 서희는 귀찮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입도 못 다물고 울게 된다.- 난 시간 쓸 다른 가족도 없고 탁묘 맡기고는 그날 새벽에 연쇄살인범이 아직 안 잡힌 지역에서(난 몰랐다;) 왕년에 킥복싱좀 했던 여자애일 뿐인 탁묘 맡아준 애한테 메신저로 징징거려서 오전 3시에 도로 들고 오게 했다. 여행은 고사하고 교통사고 났을 때도 집에서 5분 거리에 입원해서 뻣뻣하게 걸으며 때로 차가 무서워 울면서 밥주러 돌아왔다. 덕분에 인도에서 치이고 보상도 거의 못 받았지만 -_-; 난 후회하는 일이 별로 없다. 스무살 되고 나서도 한동안 전혀 없었는데- 서희가 없어지니까 중학교때 장래희망을 방랑승이라고 쓴 주제 아둥바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피부도 좋아졌다. 난 서희의 모습을 동작별로 자세별로 월령별로 계절별로 떠올릴 수 있다. 울음소리도 촉감도. 서희가 나를 놀라게 하는 의외성이 없다는 것 외에는 있으나 없으나 내가 서희를 사랑하는 것과 서희에게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 서희의 기억을 가지고 노는 기쁨과 다를 거 없다. 그리고 빈 방에 누워 고양이를 찾는다거나 부스럭 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서희가 생각이 나고 비닐봉지나 그림자를 고양이로 잘못 보기도 한다. 대단한 우연인데 서희를 잃어버린 후에 옆건물 정원에서 날 보고 뒤돌아 도망친 서희 말고 길고양이를 한마리도 본 적 없다.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인 누군가가 나를 배려해주고 있는 거라면 감사합니다. 내가 자연식으로 바꿔준게 처음 2년 이후였나 그렇기 때문에 서희가 탈진해서 죽었거나 저체온으로 죽었거나 굶어죽었다면 시체는 썩지 않을 것이다. 나도 내 몸이 그러는게 무서워서 화장해줬으면 좋겠다. 동사무소에 2만원에 팔렸거나 차에 치였다면 청소부 아저씨가 쓰레기 더미에 얹으셨을 것이다. 고아졌거나 삶아졌다면 겨우 그 작은 두개골이 드러날 것이다. 어차피 다시 만나지 못했다면 서희가 나를 찾지 않았다면 좋겠다. 어디에선가 내가 다른 곳에 있을 때 나를 기다리지도 않았다면 좋겠다. 내가 들으라고 울은 적도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죽어갈 때 그 시간이 고통스럽고 길다면 나는 원망할 자격이 없다고 서희를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by 다비 | 2008/07/03 11:13 | 많은비 | 트랙백

또 고양이 이야기.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정말 우연이란게 무서운데요. 제가 잃어버린 제 고양이가 가슴 털까지 무늬나 얼굴의 비례나 없다시피한 어깨나 저 작은 발까지 저렇게 생겼답니다. 눈은 좀더 클 때도 있지만 저정도일때도 있죠. 아까 뉴라이트가 주인인 디모라는 사이트 고양이 게시판에 갔더니 가장 상위에 있는 글이 집나간 설희를 사람 팔을 긁도록 저항하는데도 가방에 넣어 도로 데려온 내용이었어요. 전 서희한테 절대 그렇게 못 했죠. 다시 만나면 할 수 있으려나.

왜 또 잃어버렸나면 찾은 다음날 이동장을 꼬물꼬물 열고 나갔기 때문에 가여워서 바로 잡아 넣지 못했고 또 제 주위를 왔다갔다하다가 제가 도로 넣으려고 하니 매우 반항하길래 잠시 내버려뒀다가 잃어버렸습니다. 어제 낮에 멀리서 만났는데 다가가니 도망쳤어요. 며칠전 처음 잃어버렸을때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어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 있었던 다음에 다시 더 어떻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너무 과분하게 지나친 게 아닐까 생각해서, 강제로 가방에 넣지 않았는데 지치거나 다쳐서 죽지 않았을까 먹을 걸 찾아 멀리 가다 누군가에게 잡혀서 보신탕집이나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당하는게 아닐까 생각하니 무서워요. 왜 그순간에 진작 생각 못했냐면 누구 덕분에 잠이 부족해서 그리고 처음 잃어버렸다가 찾은 그 순간이 굉장히 아름다웠기 때문에 한번만 더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땐 몰랐지만 처음 잃어버렸을때보다 훨씬 조용히 찾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있었는지도 모르죠.  

by 다비 | 2008/06/30 12:28 | 많은비 | 트랙백 | 덧글(5)

고양이 찾았다.

찾다가 울다가(고양이나 개 이름은 사람 이름 같이 짓지 말고 메리 쫑 같은 걸로 짓자. 사람 이름이면 고양이 찾으러 다닐 때 수상해보인다.) 떡이 되서 목욕탕 갔더니 목욕탕 사람이 시위하다 왔지? 왜 가? 웃으며 말씀하셔서 전기 수도 민영화 얘기 막 했다.
목욕탕 분: "거 안 하기로 한다며?"
다비: "선진화로 이름만 바꿔서 기업위탁 한댔구요. 외국 기업이 물 산업 팔아넘기는 법 물산업지원법이라고 밀어부치고 있구요. 한전 자회사도 팔아넘기겠다고 담화 직후에 말했어요. 이명박 말 바꿔가면서 사기 치는데 저게 가장 최근 거예요. 운하도 수로랬다가 4대강 정비랬다가 어제그저께도 경인운하랑 낙동강 운하 한다 그래서~
목욕탕 분과 다비: 어쩌고저쩌고
목욕탕 분 친구: 가스랑 전기 요금도 연말에 올린데잖아. 안 올린대놓고
다비: 7.30일에 교육감 투표 있는데 그거 꼭 하세요."
목욕탕 분: 그게 뭔데?
다비: 또 어쩌구 저쩌구 서울 시민이면 할 수 있어요.
목욕탕 분: (고개 끄덕거리다 다비가 사려다가 5천원이라길래 안 샀던 걸 꺼내시면서) "이거 줄게. 가져가."  

제부동에 있는 경복궁이랑 광화문이랑 먼 목욕탕인데도 시위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셨다.

종로도서관으로 고양이 찾으러 돌아가면서 맨날 지나다니다가 봤는데 아침이라 문 안 열었던 거기 있으면 아무도 거기 있는 거 모르고 장사 안 될 거 같은 케익 집에 들어갔더니 아예 케익들을 조각으로 안 잘라놨다. ㅠㅠ 아마 자기나 가족 소유 가게라 위치 이상한데서 연게 아닐까 싶은데 대신 가격이 쌌다. 유통기한도 끝내주는 대량공장 케익보다 당연히 맛있는데 판 가격이 2만원대 초반이었다. 물론 잘라놓은 거 세개중에 하나 먹었다.

그리고 다 포기하고 막 울면서 왔더니 헤어졌던데가 아니라 중간에 놀아줬던데 고양이가 자고 있길래 냅다 집어서 사물함에 넣고 옆에 가방 넣어놓은 사물함 열어서 가방에 넣었다. ㅠㅠ 진짜 열심히 살기로 했다. 전에 고양이 잃어버렸을 때도 대숲을 밤에 손전등 들고 뒤졌는데 비슷한 생각만 했다 말았지만 그때는 나라 위기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비장감이 전혀 없었고;; 그냥 계속 바랬듯이 착하게 살자 정도? 근데 이제 열심히 살아야지 ㅠㅠ

by 다비 | 2008/06/27 17:36 | 많은비 | 트랙백 | 덧글(4)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